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더뉴 E클래스)는 사진보다 실물이 나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 "사진보다 낫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사실 자동차 디자인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 사진으로 먼저 만나는 신차 대부분은 사진이 실물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멋진 배경에다 조명발, 사진발, 그리고 첨단 포토샵 기능까지 더해져 실물보다 더 멋지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형 E클래스 사진이 출시를 앞두고 공개됐을 때는 `호`보다는 `불호`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너무 젊어진 이미지라 기존의 우아한 매력이 사라졌고 리어 램프 디자인은 어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직접 본 신형 E클래스는 달랐다. 평면 위에 펼쳐진 2차원 세상과 달리 눈으로 보는 3차원 세상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신형 E클래스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한 10세대 벤츠 E클래스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부분변경 모델에도 완전변경 모델과 같은 디자인 변화를 주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외관이 달라졌다. 사실 사람의 눈에 해당하는 램프, 코 또는 입을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만 바꿔도 전체 인상이 달라진다.
그릴만으로도 신형 E클래스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벤츠는 9세대 때부터 그릴 가로 바 개수로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를 구분했다. 그릴에 가로 바가 1개인 `1선`은 AMG 라인, `2선`은 아방가르드, `3선`은 엘레강스다.
그릴 속 장식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연상시킨다. 중앙에는 벤츠 상징인 `삼각별`이 커다랗게 자리잡았다.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 기능을 포함한 멀티빔 LED 헤드램프의 주간주행등은 두 줄 과일포크를 닮았던 모습에서 부메랑처럼 안쪽으로 파고든 형태로 변했다. 화난 얼굴을 표시하는 아이콘이나 매섭게 쏘아보는 눈을 연상시킨다. 보닛 위에는 두 개의 파워 돔이 스포티한 멋을 제공한다.
측면의 경우 기존과 비슷하다. 대신 입체 휠과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이 심심할 수 있는 측면에 생동감을 제공한다.
뒷모습은 리어램프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기존 모델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발산한다. 사진으로 먼저 공개됐을 때 `호`보다는 `불호`가 많았던 곳이다.
2차원 평면 세상에서 기존 E클래스보다 밋밋한 라인과 너무 스포티해져서 가벼워보였던 리어램프는 3차원 세상에서 볼륨감과 입체감을 만나 우아하면서도 세련되게 살아났다.
뭉뚝했던 기존 리어램프와 달리 쐐기형태로 날렵하게 차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에 악어가죽이나 골판과 가시로 무장한 공룡의 화석을 연상시키는 램프를 적용, 고급스러우면서도 색다른 이미지도 추구했다.
외모는 전반적으로 기존 E클래스보다 젊어졌지만 너무 튀지 않게 세련미를 반영했고 우아한 매력도 유지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곳은 스티어링휠이다. 브랜드 최초로 차세대 지능형 스티어링휠을 적용했다. 2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는 차량이 제공하는 각종 정보를 시원시원하고 깨끗하게 보여준다.
뒷좌석은 넉넉한 휠베이스 덕에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다. 다만, 센터 터널이 높게 솟아올라 중간 자리에 앉기 불편하다.
기본 사양도 충실히 갖췄다.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와 연동하는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 64가지 색상으로 실내 분위기를 바꿔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360도 카메라를 포함한 액티브 주차 어시스트 파크트로닉, 키레스 고 패키지 등을 채택했다.
벤츠가 한국 소비자를 위해 개발한 에어 퀄리티 패키지도 탑재했다. PM 2.5 초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차량 내외부 초미세먼지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외부 먼지와 악취를 걸러낸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40x1860x1475mm,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40mm다.
기존 엔진보다 배기량을 줄이고 무게는 감량했지만 출력은 높인 1950cc 직렬 4기통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194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연비는 13.2km/L다.
시트에 앉으면 보닛 위로 솟은 파워 돔이 달리고 싶은 욕망을 표출한다. 스티어링휠은 스포츠 성향의 디(D)컷 형태로 손에 꽉 찬다. 스티어링휠은 림 전면과 후면에 정전식 핸즈 오프 감지 기능을 갖춘 센서 패드를 탑재했다.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놓거나 또는 회전시키는 물리적 움직임 없이도 차량 내 각종 보조 시스템이 운전자의 손을 인식한다. 운전 중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스포크에 있는 터치 버튼을 통해 스마트폰처럼 차량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스포크는 손으로 터치하거나 버튼을 누르기 쉽도록 오목하게 디자인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속도, 내비게이션 연동 방향, 연비, 라디오, 전화, 보조 장치 중에서 운전자가 선택한 3개의 기능을 앞 유리에 투사해 보여준다. 화면 크기도 커졌다. 주로 내비게이션 기능만 갖췄던 HUD의 진화다.
기어 레버는 벤츠가 선호하는 칼럼 시프트 방식이다. 기어 레버가 스티어링 칼럼에 장착됐다. 기어 레버는 손잡이 형태가 아니라 방향지시기와 비슷한 원통형 스틱이다. 손으로 감싸지 않고 손가락만으로도 가볍게 조작할 수 있다.
디젤 엔진이지만 잔 진동은 적다. 정숙성도 우수하다. 과속방지턱도 깔끔하게 넘어간다. 기어 변속은 매끄럽다. 전반적으로 가솔린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가는 승차감을 제공한다. 에코 모드에서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지고 중고음의 엔진음을 발산하면서 선 굵은 주행 질감을 발휘한다.
능동 안전 주행 시스템도 우수하다. 차량 전방의 카메라가 도로에 설치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한 뒤 자동으로 가감속하는 액티브 속도 제한 어시스트,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곡선 구간, 톨게이트, 원형 교차로 등과 같은 복잡한 곳을 인식해 속도를 줄여주는 경로 기반 속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반(半) 자율주행 성능도 뛰어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하면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하면서 앞 차 움직임에 따라 가감속한다. 다른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도 잘 대처한다. 급 커브 구간에서는 차가 벗어나려는 순간 멈칫하며 차선 중앙으로 움직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스티어링휠 스포크에 장착된 터치 기능은 너무 민감하다. 운전 중 손이 스치기만 해도 작동한다. 원하지 않는 기능을 실행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1991cc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48볼트 전기 시스템인 EQ 부스트를 적용했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이 299마력, 최대토크가 40.8kg.m이다. EQ 부스트 기술로 가속 때 출력 22마력, 토크 25.5kg.m를 추가해준다. 힘은 물론 연비도 향상시켜준다. 연비는 10.2km/ℓ다.
벤츠 E350 4매틱 AMG 라인은 벤츠 모델 중 처음으로 MBUX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을 적용했다. 실제 주행 때 가상의 주행 라인을 함께 보여준다. 360도 카메라를 포함한 액티브 주차 어시스트 파크트로닉은 보다 정밀해진 수직·평행 주차를 지원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AMG 나파 가죽시트는 몸을 편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주행 질감은 E220d보다 좀 더 정숙하고 매끄럽다. 요즘 디젤 세단이 가솔린 세단 수준으로 정숙해진 것처럼 E220d도 수준급의 정숙성을 보이지만 아직은 E350과 차이가 난다.
다만, 30분 정도 달린 뒤부터 머리 위쪽에서 찌그덕 소리가 간혹 들린다. 작은 소리이지만 실내가 정숙하다보니 실제보다 더 크게 들린다. 손으로 루프 안쪽 내장재를 눌러보니 들떠 있는 느낌이 든다.
E220d에서는 나지 않았던 소리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마감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벤츠 신형 E클래스는 수입차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 걸맞는 디자인·성능·사양을 갖췄다. TV 프로그램명처럼 `차이나는 클라스`를 보여준다.
벤츠 신형 E클래스에서는 독일에 출장 갈 때마다 맛봤던 슈니첼이 떠오른다. 슈니첼은 독일식 돈가스라 불리는 얇은 고기 튀김이다. 크랜베리 잼에 찍어 먹거나 감자 샐러드를 얹어 먹는다.
슈니첼을 처음 먹었을 때는 차라리 돈가스가 낫다고 여겼다. 넓적하게 펴서 튀긴 왕돈가스와 비슷했지만 식감이나 맛이 돈가스보다 못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맛본 슈니첼 대부분은 퍽퍽하거나 너무 짜거나 느끼했다. 그나마 숙소 근처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독일 음식 중 슈니첼이 나은 편이어서 `잼 맛`으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하지만 지난해 뮌헨 시내 숙소에서 외곽까지 30분 가량 차를 타고 가 30분 가까이 기다리며 맛본 슈니첼은 그동안의 생각을 모두 바꿔 놨다. `겉바속촉`에 느끼하지 않은 맛은 포크를 자꾸 움직이게 만들었다. 독일 맥주와 궁합도 뛰어났다. 전통과 정통을 가진 슈니첼 맛집의 솜씨였다.
전통과 정통은 한 순간에 따라할 수 없다. 비슷하게 모양을 내고 비슷하게 맛을 낼 수 있지만 전통과 정통이 숙성시킨 깊은 맛을 느낄 수는 없다. 같은 재료로 만들더라도 누가 만드냐에 따라 차이난다. `차이`나는 클래스이자 `차이나는 클라스`다.
벤츠 E클래스도 모양과 성능은 계속 달라지지만 전통과 정통이 숙성시킨 탄탄한 기본기는 계승하고 있다. 벤츠가 E세그먼트에서 `롱런`하는 이유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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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07, 2020 at 09:2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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